“적절한 치료땐 나아질 수 있어” 30여년 연구 믿음 전문치료실 국내 한곳뿐…현장서 할일 아직 많아 정보인 명예교수, 장애아 치료 사례집·동영상 제작 8살 민호(가명)는 지적장애아로 자폐증도 앓고 있다. 지적 수준은 두살 아이와 같다. 동영상 속 민호는 수시로 울부짖고, 이유 없이 자신의 가슴과 머리를 때리거나, 벽에 머리를 박는 자해행동을 한다. 영상은 치료사들이 5가지 각각 다른 환경에서 민호의 자해행동을 제지하고 어르며 치료를 이어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지난 2월 출판된 <중증장애아동 치료 사례집-동영상으로 보는 응용행동분석치료>에 담긴 내용 가운데 일부다. 책과 동영상에는 지난해 8월 연세대학교 작업치료학과를 정년퇴임한 정보인(66) 명예교수가 학생들과 함께 20여년 동안 발달장애아동을 치료한 결과가 42개의 사례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국내에서 제대로 된 발달장애아동 치료 동영상이 제작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서 만난 정 교수는 “그동안 강단에서 학생들만 가르쳐 사회에 대한 마음의 짐이 많았다”며 “이 책과 동영상이 중증장애아동을 둔 부모들과 현장에서 특수교육을 맡고 있는 이들에게 작은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한 아이가 치료를 받고 좋아질 때, 그 순간은 정말 하늘을 나는 기분이에요.” 정 교수가 7년간의 미국 유학생활과, 1983년부터 연세대 강단에서 30여년 동안 장애아동의 치료와 연구에 전념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발달장애아동에게 적절한 치료만 주어지면 상태가 나아질 수 있다”는 믿음이었다. 그는 “설사 장애아동의 능력이 떨어지더라도 아이에게 맞는 맞춤형 치료를 할 경우, 자해행동을 못하게 하거나 치료사의 지시에 따르게 하는 등 의도한 행동을 가르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3~6개월 동안 치료로 나아진 아이가 결국 치료가 끝난 뒤 대부분 방치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입니다.” 1982년부터 불모지와 다름없는 국내의 응용행동분석 분야를 개척해온 정 교수는 발달장애아동 치료에 무관심한 우리 현실도 지적했다. 지적장애와 자폐증을 앓는 아이들은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국내에 발달장애아동을 담당하는 전문시설은 정 교수가 2007년 삼성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도움을 받아 서울시립어린이병원에 개설한 ‘자해행동치료실’이 유일하다. 그는 “이마저도 4명의 치료사로 운영되며 인력 부족으로 치료를 못 받고 대기하는 아동이 50명이라고 한다”며 “경제적 여유가 있는 집은 장애아동을 데리고 미국으로 떠나고, 가난한 부모는 아이들을 사실상 방치하거나 민간 시설에 맡기는 게 현실”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강단에서 떠난 뒤 6개월 동안 동영상과 책을 만드는 데 시간을 보낸 정 교수는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남았다고 했다. 그는 “정신질환 치료·재활 전문 병원인 국립서울병원에 자해행동 치료센터를 만들자고 제안해놓은 상태”라며 “그동안 강단에서 제대로 하지 못했던 아이들 치료도 현장에서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71209.html>